일본 가마쿠라 막부 (鎌倉幕府)

가마쿠라 막부 (鎌倉幕府)

개요

가마쿠라 막부(鎌倉幕府, 1185년경 또는 1192년 ~ 1333년)는 일본 역사상 최초의 막부 정권입니다.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頼朝)가 가마쿠라(현재의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 설치하여, 이전까지 교토의 천황과 귀족 중심의 정치 체제에서 벗어나 무사(사무라이) 계급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행사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 시대를 가마쿠라 시대라고 부르며, 이후 약 150년간 지속되었습니다.

성립

헤이안 시대 말기, 다이라 씨(平氏)와 미나모토 씨(源氏) 간의 겐페이 전쟁(源平合戦, 1180-1185)에서 승리한 미나모토노 요리토모는 일본 전역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했습니다. 1185년 단노우라 전투(壇ノ浦の戦い)에서 다이라 씨를 멸망시키고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1192년, 요리토모는 조정으로부터 세이이타이쇼군(征夷大将軍)으로 임명되어 가마쿠라 막부를 공식적으로 열었습니다. 이는 무사 정권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막부 성립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요리토모가 슈고(守護)와 지토(地頭)를 설치하여 전국적인 지배망을 구축하기 시작한 1185년을 실질적인 막부 정치의 시작으로 보기도 합니다.

정치

가마쿠라 막부의 정치 구조는 쇼군을 정점으로 하는 무가 통치 체제였습니다. 그러나 요리토모 사후에는 그의 처가인 호조 씨(北条氏)가 싯켄(執権)이라는 직책을 통해 막부의 실권을 장악하는 싯켄 정치가 이루어졌습니다.

• 쇼군 (将軍): 막부의 최고 통치자. 초기에는 미나모토 씨가 세습하였으나, 3대 쇼군 사네토모(実朝) 사후에는 교토의 귀족이나 황족이 형식적인 쇼군으로 추대되었습니다.
• 싯켄 (執権): 쇼군을 보좌하는 직책이었으나, 호조 씨가 독점하면서 막부의 최고 실권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 만도코로 (政所): 막부의 재정 및 일반 정무를 담당하는 기관.
• 사무라이도코로 (侍所): 고케닌(御家人, 쇼군의 직속 무사)을 통솔하고 군사 및 경찰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
• 몬추조 (問注所): 소송 및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 기관.
• 슈고 (守護): 각 구니(国, 지방 행정 단위)에 파견되어 군사권, 경찰권, 고케닌 통솔권을 행사.
• 지토 (地頭): 장원(荘園)이나 공령(公領)에 파견되어 연공 징수, 토지 관리, 치안 유지 등을 담당.

가마쿠라 막부는 교토의 조정과 병립하는 형태였으나, 점차 막부의 정치적 우위가 확립되었습니다. 특히 1221년 고토바 상황(後鳥羽上皇)이 막부 타도를 시도한 조큐의 난(承久の乱)에서 막부군이 승리하면서, 막부는 조정의 권한을 더욱 제한하고 서일본 지역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했습니다.

사회와 경제

가마쿠라 시대는 무사 계급이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한 시기입니다. 쇼군과 고케닌 간의 주종 관계는 봉건 제도의 특징을 보여주며, 고케닌은 쇼군에게 군사적 봉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영지(소령, 所領)의 지배권을 보장받았습니다 (고온토 호코, 御恩と奉公).

• 무사 계급의 성장: 무사들은 자신들의 생활 규범인 '규바노미치(弓馬の道)'를 발전시켰고, 이는 후일 무사도(武士道)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 농업 발달: 철제 농기구의 보급, 우경(牛耕)의 확산, 이모작(二毛作)의 시작 등으로 농업 생산력이 향상되었습니다.
• 상공업 발달: 농업 생산력 증대에 따라 상업과 수공업도 발달했습니다. 정기 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송나라와의 무역을 통해 송전(宋銭) 등의 화폐가 유통되었습니다.
• 새로운 불교의 등장: 기존의 귀족 중심 불교에서 벗어나 무사와 서민들을 위한 새로운 불교 종파들이 등장했습니다. 정토종(浄土宗), 정토진종(浄土真宗), 일련종(日蓮宗), 임제종(臨済宗), 조동종(曹洞宗) 등의 선종(禅宗)이 대표적이며, 특히 선종은 무사들의 정신 수양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요 사건

연도	사건명	내용
1185년	단노우라 전투	미나모토 씨가 다이라 씨를 멸망시키고 겐페이 전쟁 종결. 가마쿠라 막부의 실질적 시작.
1192년	미나모토노 요리토모, 세이이타이쇼군 임명	가마쿠라 막부 공식 개창.
1221년	조큐의 난	고토바 상황이 막부 타도를 시도했으나 실패. 막부의 권력이 더욱 강화됨.
1232년	고세이바이시키모쿠(御成敗式目) 제정	최초의 무가법으로, 고케닌의 권리와 의무, 소송 절차 등을 규정.
1274년, 1281년	원나라의 일본 원정 (몽골 침공, 元寇)	두 차례에 걸친 원나라의 침공을 막아냈으나, 전쟁으로 인해 막부의 재정이 악화되고 고케닌들의 불만이 커짐.

쇠퇴와 멸망

원나라의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가마쿠라 막부는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케닌의 궁핍화: 몽골 침공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새로운 영지를 얻지 못해 은상(恩賞)을 제대로 받지 못한 고케닌들의 불만이 커졌습니다. 또한 분할 상속으로 인해 영지가 세분화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무사들이 늘어났습니다.
• 호조 씨 득종(得宗) 전제 정치 강화: 호조 씨 본가의 당주인 득종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다른 유력 고케닌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 악당(悪党)의 등장: 막부의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중앙 정부의 지배에 저항하는 지방 무사 세력인 악당이 등장하여 사회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 고다이고 천황(後醍醐天皇)의 토막 운동: 천황 중심의 정치를 부활시키려는 고다이고 천황이 막부 타도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결국 1333년, 아시카가 다카우지(足利尊氏), 닛타 요시사다(新田義貞) 등 유력 무사들이 고다이고 천황 측에 가담하여 가마쿠라를 공격하면서 막부는 멸망하게 됩니다. 이후 고다이고 천황에 의한 겐무 신정(建武の新政)이 잠시 이루어지지만, 곧이어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 시대로 넘어가게 됩니다.

문화

가마쿠라 시대는 무사 문화가 꽃피운 시기입니다. 문학에서는 군담 문학(軍記物語)인 《헤이케모노가타리(平家物語)》가 유명하며, 불교 미술에서는 사실적이고 힘찬 조각과 회화가 발달했습니다. 건축에서는 선종 사찰을 중심으로 소박하고 강건한 양식이 나타났습니다. 쓰루가오카 하치만구(鶴岡八幡宮)와 가마쿠라 대불(鎌倉大仏)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 및 조각으로 현재까지도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