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戰國時代)
전국시대 (戰國時代)
전국시대(戰國時代, 기원전 403년 ~ 기원전 221년)는 중국사에서 춘추시대 이후 진(秦)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기까지 약 200여 년간의 분열과 격변의 시기입니다. 이 시대의 명칭은 한나라 때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춘추시대보다 더욱 격렬한 전쟁, 사회 변혁, 사상적 발전이 특징입니다.
시대적 배경과 시작
일반적으로 전국시대의 시작은 춘추시대 말기 강대국이었던 진(晉)나라가 기원전 403년에 한(韓), 위(魏), 조(趙) 세 나라로 분열되어 주나라 왕실로부터 공식적으로 제후로 인정받은 사건(삼가분진, 三家分晉)으로 봅니다. 이 사건은 기존의 주나라 봉건 질서가 완전히 붕괴되었음을 상징하며, 약육강식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주요 특징
- 격렬한 전쟁과 국가 소멸: 춘추시대의 전쟁이 명분과 예의를 중시했던 것과 달리, 전국시대의 전쟁은 국가의 생존과 영토 확장을 위한 총력전 양상을 띠었습니다. 수많은 소국들이 강대국에 병합되어 사라졌습니다.
- 부국강병책과 변법 운동: 각국은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부국강병을 위한 개혁(변법, 變法)을 추진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진나라의 상앙 변법, 초나라의 오기 변법 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앙 집권 체제를 강화하고, 군사력을 증강시키려 했습니다.
- 철제 무기와 전술의 발달: 철제 무기가 널리 보급되고, 보병 중심의 대규모 군대가 등장했으며, 기병의 활용도 늘어났습니다. 다양한 전술과 병법이 발전했습니다.
- 관료제의 발전과 능력주의: 세습 귀족 대신 능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하는 관료제가 발전했습니다. 신분보다는 실력이 중시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 농업 생산력 및 상공업 발달 심화: 철제 농기구의 보편화, 수리 시설 확충 등으로 농업 생산력이 더욱 증대되었고, 이는 도시의 발달과 상공업의 성장을 촉진했습니다. 화폐 경제도 활발해졌습니다.
- 제자백가의 황금기: 사회 혼란과 변화 속에서 다양한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각자의 이념을 제시하는 제자백가(諸子百家)가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법가, 유가, 도가, 묵가, 병가, 명가, 음양가 등 수많은 학파가 경쟁하며 중국 사상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 외교 전략 (합종연횡): 강대국인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나머지 6국이 연합하는 합종책(合從策)과, 진나라가 6국을 개별적으로 설득하여 동맹을 맺거나 고립시키는 연횡책(連衡策) 등 복잡한 외교 전략이 펼쳐졌습니다.
전국칠웅 (戰國七雄)
춘추시대의 수많은 제후국들이 통폐합되어 전국시대 중후반에는 다음의 일곱 나라가 강자로 군림하며 패권을 다투었습니다. 이를 '전국칠웅'이라고 합니다.
| 국가 | 주요 특징 및 활동 | 대표 인물 (예시) |
|---|---|---|
| 진 (秦) | 서쪽 변방에 위치. 상앙 변법으로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로 성장. 결국 중국 통일. | 효공, 상앙, 소양왕, 백기, 이사, 정국 |
| 초 (楚) | 남방의 강대국. 넓은 영토와 풍부한 자원. 오기 변법 시도. | 도왕, 오기, 회왕, 굴원, 항연 |
| 제 (齊) | 동쪽의 부유한 국가. 직하학궁을 통한 학문 발전. | 위왕, 선왕, 민왕, 손빈, 추기 |
| 연 (燕) | 북동쪽에 위치. 때때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 소진, 악의의 활약. | 소왕, 악의, 형가 |
| 한 (韓) | 삼진(三晉) 중 하나. 중원에 위치하여 전략적 요충지였으나 국력이 약한 편. 신불해 변법. | 소후, 신불해, 한비자 |
| 위 (魏) | 삼진(三晉) 중 하나. 전국시대 초기 강국. 이회 변법. | 문후, 이회, 오기(초기), 방연, 신릉군 |
| 조 (趙) | 삼진(三晉) 중 하나. 북방에 위치. 호복기사(胡服騎射) 채택으로 군사력 강화. | 무령왕, 인상여, 염파, 이목, 평원군 |
전국시대의 종말: 진나라의 통일
여러 제후국들의 각축전 끝에, 서쪽의 진(秦)나라가 상앙(商鞅)의 변법을 통해 강력한 중앙집권적 군국주의 국가로 성장하여 점차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시황(秦始皇帝) 영정(嬴政)은 유능한 인재들을 등용하고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기원전 230년부터 한(韓)나라를 시작으로 조(趙), 위(魏), 초(楚), 연(燕), 제(齊)나라를 차례로 멸망시키고 기원전 221년에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을 수립하며 전국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문화와 사상: 제자백가
전국시대는 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러웠지만, 사상적으로는 중국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인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였습니다. 각국의 군주들은 부국강병을 위해 다양한 사상가들을 초빙하여 그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려 했습니다.
- 법가 (法家): 엄격한 법치와 군주 중심의 중앙집권을 강조 (예: 상앙, 한비자, 이사)
- 유가 (儒家): 인의와 예악을 통한 도덕적 교화와 질서 회복을 주장 (예: 맹자, 순자)
- 도가 (道家): 무위자연(無爲自然)과 개인의 정신적 자유를 추구 (예: 장자)
- 묵가 (墨家): 겸애(兼愛, 차별 없는 사랑)와 비공(非攻, 전쟁 반대)을 주장 (예: 묵자)
- 병가 (兵家): 전쟁의 전략과 전술을 연구 (예: 손빈, 오기)
- 명가 (名家): 논리학적 문제와 명칭(名)과 실재(實)의 관계를 탐구 (예: 공손룡)
- 음양가 (陰陽家): 천체의 운행과 음양오행설을 통해 길흉화복을 설명 (예: 추연)
이러한 다양한 사상들은 이후 중국 철학과 문화 발전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유가와 법가, 도가의 사상은 중국 통치 이념과 민간 신앙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