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
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 원인과 영향 분석 보고서
서론: 선진국가의 높은 임대료 문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선진국 도시에서 주택 임대료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사회경제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주거비 부담 증가를 넘어, 도시 경쟁력, 사회적 형평성, 거시 경제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사안이다. 본 보고서는 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원인이 되는 다양한 요인들을 규명하며, 이로 인해 파생되는 영향과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선진국의 정의와 기준
'선진국' 또는 '선진 경제국(Advanced Economies)'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단일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일반적으로 몇 가지 공통된 기준을 사용하여 국가들을 분류한다. 주요 기준으로는 높은 1인당 소득(GDP 또는 GNI), 높은 인간개발지수(HDI), 산업화 수준, 경제 다각화, 국제 금융 시스템 통합 정도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은 2023 회계연도 기준으로 1인당 GNI가 $13,205 이상인 국가를 고소득 국가로 분류하며, 이는 종종 선진국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IMF는 1인당 소득, 수출 다각화, 국제 금융 시스템 통합도를 기준으로 선진 경제국을 분류하며 , 2023년 4월 기준으로 안도라,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홍콩 SAR,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한국,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마카오 SAR, 몰타,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푸에르토리코, 산마리노, 싱가포르,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대만, 영국, 미국 등을 선진 경제국으로 지정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는 소득 외에도 기대수명, 교육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HDI가 0.8 이상인 국가를 '매우 높은 인간 개발 수준'으로 분류하고 선진국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1인당 GDP가 높다고 해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도로 발달된 산업 기반과 인프라가 부족한 자원 부국 등은 선진국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또한, 선진국은 대부분 후기 산업 경제(post-industrial economy) 단계에 있으며, 서비스 부문이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한다.
- 선진국의 정의와 기준
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 현황
선진국의 많은 주요 도시에서는 주택 임대료가 매우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해당 도시 거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세계 주요 도시들의 임대료 수준을 비교해보면 이러한 현상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욕, 홍콩, 런던, 샌프란시스코, 취리히, 싱가포르, 도쿄, 암스테르담, 더블린, 로스앤젤레스 등은 지속적으로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도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WorldAtlas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뉴욕의 평균 임대료는 월 $3,890에 달하며, 홍콩($2,590), 런던($2,360), 시카고($2,210), 룩셈부르크($2,130) 등이 그 뒤를 잇는다. Global Property Guide의 자료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나는데, 런던의 3베드룸 아파트 월 임대료는 $5,484, 뉴욕은 $4,550, 싱가포르는 $5,229, 홍콩은 $3,850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자카르타($260)와 같은 개발도상국 도시의 임대료와 비교했을 때 1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물론 소득 수준의 차이를 감안해야 하지만, 높은 임대료는 선진국 도시 거주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표 1: 주요 선진국 도시 월 임대료 비교 (1베드룸 아파트 기준, USD)도시 국가 평균 월 임대료 (USD) 데이터 출처 (예시) 뉴욕 미국 $3,150 - $3,890 런던 영국 $2,360 - $2,877 홍콩 홍콩 SAR $2,100 - $2,590 싱가포르 싱가포르 $2,826 취리히 스위스 $1,770 - $2,550 제네바 스위스 $1,610 로스앤젤레스 미국 $1,990 더블린 아일랜드 $1,675 - $1,760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1,220 - $1,850 파리 프랑스 $1,610 - $1,832 도쿄 일본 $700 - $1,730 시드니 호주 $1,780 토론토 캐나다 $1,120 - $1,900 서울 대한민국 $1,140 - $3,535 베를린 독일 $690 - $1,388 참고: 위 표의 임대료는 조사 시점 및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대략적인 수준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임
- 보고서의 구성 및 분석 틀
높은 임대료는 단일 요인이 아닌, 여러 경제적, 사회적, 정책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복잡성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분석 틀을 통해 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 원인을 규명하고자 한다.
- 수요 측면 요인: 경제 성장, 소득 수준, 도시화, 인구 구조 변화 및 이동, 저금리 기조와 신용 팽창, 주택의 금융화 등 임대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들을 분석한다.
- 공급 측면 요인: 주택 건설 부족, 토지 이용 규제, 지역 주민 반대(NIMBYism), 빈집 문제 등 주택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들을 살펴본다.
- 비용 측면 요인: 건설 자재비 및 인건비 상승, 건설업 생산성 문제, 건축 규제, 운영 비용(세금, 유지보수) 등 주택 건설 및 보유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들을 검토한다.
- 정책적 요인: 임대료 규제, 주거 보조금 등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의 효과와 한계를 분석한다.
각 요인별 분석을 통해 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제공하고, 향후 정책 방향 설정에 기여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보고서의 구성 및 분석 틀
수요 견인 요인: 경제 성장, 도시 집중, 금융 환경의 영향
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는 강력한 수요 압력에 의해 상당 부분 설명될 수 있다. 경제적 번영, 도시로의 인구 및 경제력 집중, 특정 금융 환경 조건, 그리고 주택 시장의 구조적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임대 수요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소득 수준
선진국은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을 특징으로 한다. 높은 소득 수준은 가계의 구매력을 높여 더 나은 주거 환경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는 자연스럽게 임대료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경제적 기회가 집중된 대도시 지역에서는 높은 소득을 가진 인구가 유입되면서 고가 주택 및 임대 시장의 수요를 견인한다. 거시경제 지표 분석에 따르면, 1인당 GDP 성장률은 실질 주택 가격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가 주택 시장 가격 상승의 중요한 동력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높은 평균 소득이 반드시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선진국 도시에서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면서 주거비 부담 능력(affordability)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즉, 경제 성장과 소득 증가는 임대료 상승의 기반이 되지만, 동시에 소득 대비 과도한 임대료 부담이라는 문제를 야기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 경제 성장과 소득 수준
- 도시화와 집적 경제
선진국은 이미 높은 수준의 도시화율을 보이고 있으며(예: 북미 82%, 유럽 74% ), 앞으로도 도시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의 68%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도시화는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빠르게 진행될 것이지만, 선진국 도시 역시 인구 집중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의 주요 대도시는 금융, 기술, 전문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강력한 집적 경제(agglomeration economies) 효과를 창출한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높은 임금, 다양한 교육 및 문화 기회를 제공하여 우수한 인재와 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도시의 매력은 특정 지역에 대한 주택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며, 제한된 토지 공급과 맞물려 지가와 임대료를 급등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도시들은 대부분 이러한 글로벌 경제 허브 역할을 하는 도시들이다. 이는 단순히 국가 전체의 경제 수준을 넘어, 특정 도시가 갖는 경제적 집중력과 매력이 해당 지역의 임대료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준다. 즉, 높은 임대료는 선진국 전체의 현상이라기보다는 경제적 기회가 집중된 특정 '글로벌 도시'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도시화와 집적 경제
- 인구 구조 변화와 이주
선진국의 전반적인 인구 증가율은 낮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가구 분화(예: 1인 가구 증가), 기대 수명 증가 등으로 인해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주택 수요를 유지시키는 요인이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내 및 국제 이주 흐름이다. 경제적 기회를 찾아 대도시나 특정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해당 지역의 주택 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국제 이주는 많은 선진국의 인구 구성과 주택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민자 유입은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주택 수요를 증가시켜 기존의 주택 부족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 유입이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상승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도시 인구 1% 증가는 주택 가격 및 임대료를 약 1% 상승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민이 주택 가격 상승의 유일하거나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민의 영향은 지역의 주택 공급 탄력성, 기존 인구 동태, 경제 상황 등 맥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공급이 원활한 지역에서는 이민자 유입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 이미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 압력이 높은 대도시에서는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높은 주거 비용 자체가 이주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며, 특히 저소득층이나 취약 계층의 이동성을 제약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주 현상은 선진국 도시의 주택 수요를 형성하는 중요한 변수이지만, 그 영향은 지역적 특성과 공급 여건에 따라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보아야 한다.
- 인구 구조 변화와 이주
- 통화 정책: 저금리와 신용 가용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0여 년간 지속된 전례 없는 저금리 기조는 선진국 주택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앙은행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인하했으며, 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낮은 대출 금리는 주택 구매 및 투자의 비용을 낮춤으로써 수요를 크게 자극했다. 자가 소유 희망자들은 더 낮은 비용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투자자들 역시 저렴한 자금 조달 비용을 바탕으로 임대용 주택 구매를 늘렸다. 이러한 수요 증가는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했으며, 상승한 주택 가격은 다시 임대료 상승의 기반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많은 중앙은행이 시행한 양적완화(QE) 정책은 장기 금리를 더욱 낮추고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QE는 채권 수익률을 낮춰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위험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으며, 특히 주택담보부증권(MBS) 매입과 같은 조치는 모기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주택 시장 과열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용 가용성(credit availability) 확대 역시 주택 수요를 부양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대출 기준 완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 조정 등은 더 많은 사람들이 주택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다. 연구에 따르면 신용 공급 확대는 주택 가격 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주택 공급이 비탄력적인(즉,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기 어려운) 지역일수록 가격 상승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그러나 통화 정책은 주택 시장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딘 도구(blunt tool)'이다. 저금리 기조는 분명 주택 가격 상승을 유발했지만, 2022년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은 주택 구매자의 이자 부담을 급증시켜 오히려 주거비 부담 능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즉, 금리 인하 시기에는 가격 상승으로, 금리 인상 시기에는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해 주거비 부담 능력이 저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통화 정책이 주택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에 있어 섬세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 통화 정책: 저금리와 신용 가용성
- 주택의 금융화
최근 수십 년간 선진국 주택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주택의 금융화(financialization of housing)' 심화이다. 이는 주택이 단순한 거주 공간(shelter)을 넘어, 투자와 자산 증식, 부의 저장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전 세계 부동산 자산 규모는 약 217조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주거용 부동산이 163조 달러(약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GDP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이다.
주택의 금융화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기관 투자자(연기금, 사모펀드 등)들의 주택 시장 참여 확대 , 주택담보대출의 증권화, 그리고 국경 간 자본 이동을 통한 외국인 투자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는 런던, 뉴욕, 밴쿠버, 시드니 등 주요 글로벌 도시의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투자자는 안정적인 자산 보유, 자녀 교육, 자금 도피 등 다양한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며, 종종 현금 구매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연구 결과들은 외국인 투자 유입이 해당 지역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택의 금융화는 지역 주택 시장을 글로벌 자본 흐름에 직접적으로 노출시킨다. 이는 주택 가격 및 임대료가 지역 주민의 소득 수준이나 지역 경제 상황과 괴리되어 상승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주택이 지역의 주거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적 재화(social good)로서의 기능보다는, 국제 금융 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상품(commodity) 또는 금융 자산(financial asset)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주택을 구매 후 공실로 남겨두는 경우 , 이는 실질적인 주택 공급을 더욱 제약하여 가격 상승 압력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금융화 현상은 선진국 도시, 특히 국제적인 매력이 높은 도시들의 높은 임대료 수준을 설명하는 중요한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 주택의 금융화
공급 제약 요인: 건설 부진과 구조적 병목 현상
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는 강력한 수요뿐만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주택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충분한 주택이 적시에 공급되지 못하면서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핵심적인 메커니즘이다. 공급 부족의 원인은 단순히 건설 물량의 부족을 넘어, 토지 이용 규제, 지역 사회의 반발, 그리고 시장의 비효율성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다.- 불충분한 주택 건설
많은 선진국에서 주택 수요 증가세에 비해 신규 주택 건설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널리 지적되는 문제이다. 특히 대도시 지역에서는 인구 유입과 가구 수 증가로 인한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주택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OECD 국가들의 1인당 주택 수 데이터를 보면 국가별 편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구 대비 주택 재고 증가율이 완만하거나 정체된 경우가 많다. 더욱이, 주거용 투자(residential investment)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선진국에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예를 들어, OECD 평균 주거용 투자 비중은 1970-1990년대 7.3%에서 2008-2016년 4.7%로 하락했다. 최근에는 높은 건설 비용과 금융 비용, 노동력 부족 등으로 인해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신규 주택 착공 및 완공 물량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건설 활동 위축은 미래의 주택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 불충분한 주택 건설
- 토지 이용 규제와 공급 제약
주택 공급 부족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토지 이용 규제이다. 물리적인 토지 자체의 희소성도 문제지만, 개발 가능한 토지의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각종 규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의 도시들은 대부분 복잡하고 경직적인 토지 이용 규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 용도지역제(Zoning): 특정 지역에 건축 가능한 건물의 종류, 밀도, 높이, 용적률, 최소 대지 면적 등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용도지역제는 주택 공급을 제약하는 대표적인 규제이다. 특히 단독주택 위주의 저밀도 개발을 강제하거나 다가구·다세대 주택 건설을 금지하는 배제적 용도지역제(exclusionary zoning)는 저렴한 주택 공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주택 가격 상승과 주거 분리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 도시성장경계(Urban Growth Boundaries, UGBs): 도시의 무분별한 외연 확산을 막고 녹지 공간을 보존하기 위해 설정되는 UGB는 그 경계 내에서 개발 가능한 토지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지가 상승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포틀랜드, 볼더 등 UGB를 시행하는 도시들의 사례 연구는 UGB 도입 이후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UGB는 의도와 달리 경계를 넘어선 난개발(leapfrog development)을 유발하거나, 경계 내 고밀 개발을 충분히 유도하지 못해 주택 부족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 건축 허가 절차: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축 허가 및 심의 절차 역시 주택 공급을 지연시키고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허가 과정은 개발업자의 사업 참여를 위축시킨다.
수많은 실증 연구들은 이러한 토지 이용 규제가 엄격할수록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고 공급 탄력성이 낮아지며,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일부 연구는 도시 간 주택 가격 차이의 상당 부분을 규제의 강도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시장의 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책적 선택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공급 부족이 높은 주택 비용의 핵심 동력임을 시사한다. 즉, 어디에, 얼마나, 어떤 종류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규제 자체가 주택 공급의 가장 큰 병목 지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토지 이용 규제와 공급 제약
- 지역 주민 반대 (NIMBYism)
토지 이용 규제가 주택 공급의 '가능성'을 제약한다면, 지역 주민들의 반대, 즉 님비현상(NIMBYism: Not In My Back Yard)은 그 가능성이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는 실질적인 장벽으로 작용한다. 많은 선진국 도시에서 새로운 주택 개발 사업, 특히 저렴한 주택이나 고밀도 주택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흔하다.
주민 반대의 이유는 다양하다. 교통 혼잡 증가, 학교 과밀화, 주차난, 조망권 침해, 소음, 그리고 가장 흔하게는 '지역 특성(neighborhood character)'의 변화나 재산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표면적인 이유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 중 상당수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과장된 경우가 많으며 , 때로는 저소득층이나 특정 인종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 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기도 하다. 연구에 따르면 저렴 주택 단지가 주변 부동산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님비현상은 공청회, 주민 투표, 소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며, 이는 개발 사업의 지연, 사업 규모 축소, 비용 증가, 심지어 사업 백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필요한 주택 공급을 가로막고 주택 부족 문제를 심화시키며, 저소득층의 주거 선택권을 제약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주거 분리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님비현상은 기존의 제한적인 토지 이용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인식 개선과 정치적, 사회적 역학 관계를 고려한 섬세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 지역 주민 반대 (NIMBYism)
- 빈집의 역설 (The Vacancy Paradox)
주택 부족과 높은 임대료 문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진국에서는 상당수의 주택이 비어있는 '빈집의 역설' 현상이 나타난다. OECD 국가들의 평균 빈집 비율은 약 8~10% 수준으로 추정되며 , 이는 수천만 채에 달하는 규모이다. 물론 국가별 편차는 매우 커서, 영국(잉글랜드),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은 2% 미만의 낮은 빈집률을 보이는 반면 , 일본, 키프로스, 헝가리 등은 12% 이상의 높은 빈집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빈집의 절대적인 수가 매우 많다.
빈집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사나 임대차 계약 사이의 일시적인 공백(마찰적 공실), 수리 및 리모델링 , 별장이나 세컨드 홈 , 상속 후 처리 지연 , 건물의 노후화 및 폐가 상태 , 그리고 지역적 불일치(예: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 지역의 빈집 증가 ) 등이 일반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일부에서는 투기적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후 의도적으로 비워두는 경우도 지적된다.
수백만 채의 빈집 존재는 단순히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설명만으로는 현재의 주거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제는 단순히 주택 수의 부족뿐만 아니라, 사용 가능한 주택의 '유형', '품질', '위치'가 실제 수요와 일치하지 않는 '미스매치(mismatch)' 문제, 또는 시장에 공급되지 않고 유보되어 있는 주택 재고의 문제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높은 빈집률을 보이는 일본의 경우 , 농촌 지역의 노후화된 빈집(아키야)이 많은 반면 도시 지역의 주택 부족은 여전하여, 빈집 문제가 주거비 부담 완화로 직접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통계상 '빈집'으로 잡히는 주택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거주 가능한 상태가 아니거나(예: 폐가), 단기 임대(에어비앤비 등) 또는 간헐적으로 사용되는 세컨드 홈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빈집 통계를 해석할 때는 마찰적 공실과 구조적 공실, 거주 가능 여부 등을 구분하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용 가능한 빈집을 효과적으로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예: 빈집세 도입 )은 주택 공급 부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빈집의 역설 (The Vacancy Paradox)
건설 및 운영 비용 상승 요인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 외에도, 주택을 짓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 자체가 상승하는 것 역시 높은 임대료의 중요한 원인이다. 건설 비용 증가는 신규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를 직접적으로 밀어 올리고, 기존 주택의 운영 비용 증가는 임대 사업자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임대료 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 건설 비용: 자재와 인건비 상승
최근 몇 년간 건설 비용은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교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정,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이 겹치면서 주요 건설 자재(철근, 시멘트, 목재, 구리 등) 가격이 폭등했다. 건설 비용에서 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며(예: 한국의 경우 총 제조 비용의 30~39% ), 자재 가격 변동성은 건설 프로젝트 예산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록 최근 일부 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비용 상승 추세는 여전하다.
인건비 상승 또한 건설 비용 증가의 주요 동력이다. 많은 선진국에서 건설업은 숙련 노동자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 이는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한국 사례) 등 안전 규제 강화, 근로시간 단축(예: 주 52시간제) 등은 직접적인 인건비 상승뿐만 아니라 공사 기간 연장을 통해 간접적인 비용 증가를 유발한다. 건설 노동 인구의 고령화 역시 장기적인 노동력 부족과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상승한 건설 비용은 신규 주택의 분양가나 임대료에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수익성이 낮은 저렴 주택 공급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 건설 비용: 자재와 인건비 상승
- 건설업 생산성 정체
건설 비용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생산성 향상이지만, 안타깝게도 건설 산업은 다른 산업 부문에 비해 생산성 증가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McKinsey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건설업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0.4%에 불과했으며, 이는 전체 경제 평균(2%)이나 제조업 평균(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부 국가(예: 미국)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건설업 생산성 정체의 원인으로는 산업의 파편화(fragmentation), 표준화 부족, 기술 도입 지연(디지털화, 자동화 등),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규제 및 허가 절차 등이 지적된다. 건설 프로젝트는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현장 의존성이 높으며, 다수의 하도급 업체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효율적인 관리와 혁신 도입이 어렵다.
이러한 낮은 생산성은 건설 비용 상승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최종 주택 가격 및 임대료로 전가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제조업과 같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자재나 인건비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건설업의 투입 비용 증가는 다른 산업에 비해 주택 가격 상승으로 더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재화나 서비스에 비해 주택 건설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 건설업 생산성 정체
- 건축 규제와 에너지 효율 기준
건축물의 안전, 품질, 환경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건축 규제 역시 건설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선진국들은 건물의 단열, 기밀, 설비 효율 등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예: 국제에너지절약규정(IECC), ASHRAE Standard 90.1 등).
이러한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는 장기적으로 건물의 운영 비용(냉난방비 등)을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초기 건설 단계에서는 더 높은 성능의 자재 사용, 정밀한 시공, 고효율 설비 도입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비용 상승을 유발한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분석에 따르면, 최신 에너지 코드를 적용할 경우 초기 건설 비용이 증가하지만, 장기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로 인해 생애주기 비용(Life Cycle Cost)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장기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초기 건설 비용 증가는 주택 가격 및 임대료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어 단기적인 주거비 부담 능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택 감정 평가나 금융 시스템이 에너지 효율 성능 향상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appraisal gap) , 개발업자나 주택 구매자가 초기 비용 증가분을 회수하기 어려워져 저렴 주택 공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임대 주택의 경우, 에너지 비용 절감 혜택이 임차인에게 돌아가지 않고 임대료에 포함되거나 고정되는 경우, 임차인은 초기 비용 상승분만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 규제는 장기적인 편익과 단기적인 비용 부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섬세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 건축 규제와 에너지 효율 기준
- 운영 비용: 재산세와 유지보수
주택 임대료는 단순히 건물의 가치나 건설 비용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지속적인 비용 또한 포함한다. 주요 운영 비용으로는 재산세와 유지보수 비용을 들 수 있다.
- 재산세(Property Tax): 재산세는 지방 정부의 중요한 세입원으로, 주택 소유자에게 매년 부과된다. 임대 부동산의 경우, 재산세는 임대 사업자의 주요 운영 비용 중 하나이며, 경제학적 연구에 따르면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경향이 있다. 즉, 재산세율이 높거나 재산 평가액이 상승하면, 임대인은 이를 임대료 인상을 통해 회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가되는 정도는 시장 상황(수요와 공급 탄력성)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많은 시장에서는 상당 부분(연구에 따라 80~100%까지)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다가구 임대 주택이 단독 자가 주택보다 실효 세율이 25% 이상 높게 나타나, 임차인에게 더 높은 세금 부담이 전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유지보수 비용(Maintenance Costs): 건물과 설비의 노후화를 방지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정기적인 유지보수 및 수리 비용 역시 임대료에 반영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에는 조경, 청소, 건물 외부 관리와 같은 일상적인 유지보수뿐만 아니라, 배관, 냉난방(HVAC), 전기 시스템 수리, 지붕 교체, 주요 설비 교체 등 예측 가능한 또는 갑작스러운 수리 비용이 포함된다. 부동산 관리 전문가들은 연간 유지보수 비용으로 부동산 가치의 1%, 연간 임대 수입의 5~8%, 또는 평방피트당 $1 등을 예산으로 책정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노후화된 건물일수록 유지보수 비용은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임대인은 이러한 예상 비용을 고려하여 임대료를 책정하게 되므로, 유지보수 필요성이 높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부동산일수록 임대료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재산세와 유지보수 비용과 같은 운영 비용은 임대 사업의 기본적인 지출 항목이며, 이러한 비용의 상승은 임대료 인상의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수요-공급 요인과는 별개로 임대료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비용 기반(cost base)을 형성한다.
- 운영 비용: 재산세와 유지보수
정책 개입의 효과와 한계
높은 임대료와 주거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 정부들은 다양한 정책적 개입을 시도해왔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임대료 규제와 주거 보조금 지급, 공공(사회) 주택 공급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의도한 효과와 더불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하며, 그 효과성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임대료 규제 (Rent Control)
임대료 규제는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거나 특정 수준 이하로 동결함으로써 기존 임차인을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부터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임대료 규제는 규제를 받는 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늘리고 이주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4년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 규제 확대 사례를 분석한 연구들은 규제 대상이 된 임차인들이 상당한 금전적 혜택(낮은 임대료)을 누렸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임대료 규제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임대 주택 공급 감소이다. 임대료 규제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건물주들은 임대 사업을 포기하고 건물을 콘도 등으로 전환하거나 재개발하여 매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연구에서는 임대료 규제 대상 건물의 임대 주택 공급량이 15% 감소했으며, 이는 시 전체의 평균 임대료를 5.1%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즉, 규제 대상 임차인은 혜택을 보지만, 규제받지 않는 주택의 임대료는 오히려 상승하여 신규 임차인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또한, 임대료 규제는 임차인의 이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 낮은 임대료 혜택을 잃지 않기 위해 직장이나 가구 구성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사를 꺼리게 되어, 노동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주택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할 수 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아지므로 건물 유지보수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 새로운 임차인을 받을 때 더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적용할 유인이 생길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임대료 규제는 단기적으로 특정 임차인 그룹에게는 분명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 주택 공급 위축, 시장 임대료 상승, 이동성 저하 등 시장 왜곡을 초래할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 이는 임대료 규제가 보호하려는 대상인 저소득층이나 신규 진입자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정책 설계 시 이러한 상충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 임대료 규제 (Rent Control)
- 주거 보조금 (Housing Subsidies)
정부는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크게 임차인에게 직접 현금이나 바우처를 지급하는 '주택 수당(housing allowances)'과,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회 주택(social housing)' 지원으로 나눌 수 있다.
주택 수당은 임차인이 시장에서 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소득과 시장 임대료 사이의 격차를 메워 주거비 부담 능력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주택 수당은 수요 측면 지원책의 전형적인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즉, 주택 공급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수요만 자극할 경우, 보조금이 임대료 상승으로 흡수되어 실질적인 혜택이 임차인보다는 임대인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급이 비탄력적인 대도시 지역에서는 이러한 '보조금의 임대료 전가'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사회 주택은 정부나 비영리 단체가 시장 가격보다 낮은 임대료로 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임차인을 시장 변동성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사회 주택이 전체 주택 재고에서 상당한 비중(20% 이상)을 차지하며 주거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사회 주택의 비중은 평균 7% 수준으로 제한적이며 , 지난 수십 년간 공공 투자 감소와 민영화 추세로 인해 그 규모가 오히려 축소된 경우가 많다. 또한, 사회 주택은 입주 자격 제한과 긴 대기 기간 등의 문제가 있어 모든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주거 보조금 정책의 효과는 공급 정책과의 연계성에 크게 좌우된다. 수요 측면 지원책인 주택 수당은 충분한 주택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대료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공급 측면 지원책인 사회 주택은 재정적 부담과 공급 속도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양측면의 정책을 균형 있게 조합하고, 특히 주택 공급 확대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공 및 사회 주택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더 많은 저소득 가구가 민간 임대 시장으로 내몰리게 되었고, 이는 이들이 앞서 논의된 수요 압력, 공급 제약, 비용 상승 요인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게 만들어 주거비 부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 주거 보조금 (Housing Subsidies)
결론: 높은 임대료 문제의 복합성과 향후 전망
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는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본 보고서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이는 강력한 수요 요인과 경직적인 공급 요인, 그리고 상승하는 비용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상호작용하는 요인들의 종합
- 수요 측면: 높은 소득 수준과 경제 성장, 끊임없는 도시화와 경제력 집중, 금융화 심화에 따른 투자 수요 증가, 특정 시기의 저금리 기조와 신용 팽창, 그리고 국내외 이주로 인한 인구 유입 등은 선진국 주요 도시의 주택 수요를 지속적으로 자극해왔다.
- 공급 측면: 이러한 강력한 수요에 비해 신규 주택 건설은 부족했으며, 특히 저렴한 주택 공급은 더욱 미흡했다. 이는 엄격하고 경직적인 토지 이용 규제, 복잡한 건축 허가 절차, 그리고 새로운 개발에 대한 지역 사회의 반발(NIMBYism) 등에 의해 크게 제약받았다. 상당수의 빈집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위치나 상태의 불일치, 투기적 보유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공급 부족 해소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 비용 측면: 팬데믹 이후 심화된 건설 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 건설업의 낮은 생산성 증가율, 강화되는 건축 규제(특히 에너지 효율 기준)는 신규 주택 건설 비용을 증가시켰다. 또한, 재산세와 유지보수 비용 등 운영 비용의 증가는 기존 주택의 임대료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 정책 측면: 임대료 규제나 주거 보조금과 같은 정책적 개입은 특정 계층의 주거 안정을 돕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공급 위축이나 시장 왜곡, 보조금의 임대료 전가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특히 공공 및 사회 주택 공급 감소는 저소득층의 시장 의존도를 높여 주거 불안정성을 심화시켰다.
주거비 부담 능력 위기의 현실
이러한 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은 선진국, 특히 주요 도시 거주민들에게 심각한 주거비 부담 능력(affordability) 위기를 초래했다. 이는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된다.
OECD 국가들의 저소득 임차 가구(소득 하위 20%) 중 상당수가 소득의 40%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주거비 과부담(housing cost overburden)' 상태에 놓여 있다. 아래 표는 일부 OECD 국가들의 저소득 임차 가구 주거비 과부담 비율을 보여준다.
표 2: 일부 OECD 국가 저소득 임차 가구(소득 하위 20%)의 주거비 과부담 비율 (가처분소득 대비 임대료 40% 초과 지출 가구 비율, %, 2022년 또는 최근)국가 주거비 과부담 비율 (%) 핀란드 56.1 칠레 54.8 스페인 48.6 미국 47.9 스위스 45.8 스웨덴 45.7 뉴질랜드 45.5 콜롬비아 43.1 OECD 평균 약 33 (추정) 영국 31.5 네덜란드 30.0 호주 28.7 독일 26.6 캐나다 26.5 프랑스 23.9 아일랜드 18.9 한국 16.8
출처: 기반 재구성. 주: 국가별 조사 연도 및 정의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
또한,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PIR), 주택 가격 대비 임대료 비율(PRR) 등 전통적인 주거비 부담 지표들도 많은 선진국에서 악화되는 추세를 보여왔다. 최근 개발된 주택담보대출 기반 주거비 부담 능력 지수(Housing Affordability Index, HAI)는 2021년 이후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급격히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주택 가격이 높은 것을 넘어, 소득 대비 실제 주택 구매 및 유지 능력이 크게 저하되었음을 의미한다.
표 3: 주요 선진국 주택담보대출 기반 주거비 부담 능력 지수(HAI) 추이 (100 초과 시 부담 능력 양호)
| 국가 | 2019 (추정) |
| \--- | \--- |
| 미국 | ~150 |
| 영국 | ~100 |
| 캐나다 | \- |
| 호주 | \- |
| 독일 | \- |
| 포르투갈 | \- |
출처: 기반 재구성. 주: HAI는 특정 방법론에 기반한 지수이며, 절대적 수준보다 추세 변화가 중요함.
이러한 주거비 부담 능력 위기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 심화, 청년층의 자립 지연, 출산율 저하, 정신 건강 악화, 지역 간 격차 확대 등 광범위한 사회 문제와 연결된다. 또한, 주택 시장 불안정은 거시 경제 및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도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 향후 전망 및 정책적 시사점
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성격을 지닌다. 경제 성장과 도시 집중이라는 거시적인 흐름, 주택의 금융화 심화, 그리고 뿌리 깊은 토지 이용 규제와 지역 사회의 저항 등은 쉽게 변하기 어려운 요인들이다. 최근의 금리 인상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는 일부 둔화되었지만 , 높아진 이자 부담으로 인해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 능력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임대료 안정화를 위해서는 단편적인 접근보다는 다각적인 정책 조합이 요구된다.
- 공급 확대: 장기적으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직적인 토지 이용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고(예: 용적률 상향, 용도지역 유연화, 최소 주차 기준 완화 등), 건축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며, 님비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수요가 많은 도심 및 역세권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주택(중저가 임대주택 포함) 공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 건설 자재 공급망 안정화, 건설 기술 혁신(모듈러 공법, 3D 프린팅 등) 지원, 건설업 디지털 전환 촉진 등을 통해 건설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 금융화 관리: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예: LTV, DTI 규제)을 유지하며, 외국인 투자 및 기관 투자자의 역할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투명성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정책의 균형: 임대료 규제나 주택 수당과 같은 정책은 그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신중하게 설계하고, 반드시 공급 확대 정책과 병행되어야 한다. 공공 및 사회 주택에 대한 투자를 다시 확대하여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취약 계층의 주거 안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도시의 높은 임대료 문제는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포용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시장, 시민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향후 전망 및 정책적 시사점